부동산 업계에서 몇 년을 보내고,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습니다.
부동산의 다른 영역에서 경험을 넓히느냐 VS 다른 산업에서 새롭게 시작하느냐
저는 부동산 밖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커리어 정체성을 부동산으로 굳히기엔 다른 기회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혼자 앱을 만들던 프로그래머 친구와 대화를 하였고, 그게 새로운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9년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어 스마트폰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만들던 것은 카페의 스탬프 쿠폰을 종이 대신 스마트폰에서 적립하는 앱이었습니다.
교포였기 때문에 언어와 인맥의 벽에 부딪힌 친구는 동업을 권하였고, 저는 합류를 결정하였습니다.
결정의 첫 번째 이유는 '창업' 이었습니다.
직장의 오너는 따로 있지만, 창업가는 스스로를 위해 일합니다.
창업가는 독자적인 제품/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하고, 그 과실을 온전히 취하게 됩니다.
평생 직장에 다니는 미래만 생각하다 창업에 눈을 돌리니, 그 기회의 크기에 설레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연결' 이었습니다.
사실 스탬프 쿠폰앱은 카페와 방문객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입니다.
고객은 도장을 채우기 위해 재방문하고, 혜택을 받으면서 매장에 대한 충성이 커집니다.
이 과정이 앱에서 이뤄지면, 고객 프로필과 방문 데이터 확보가 가능하고, 카페에서는 언제든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내거나 추가 혜택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부동산 중개 또한 연결이었습니다.
부동산 공간을 소유한 사람과 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말이죠.
스탬프쿠폰 앱과 부동산 중개는 '연결' 과 '플랫폼' 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전혀 다른 것 같은 두 경험도 이 점에서 연속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도전' 이었습니다.
알고 보면 회사는 많은 것이 갖춰진 환경을 제공합니다.
사무실, 조직 체계 월급, 문화, 동료..
그래서 직장인들은 본인이 맡은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창업은 이러한 인프라가 없는 환경에서 모든 활동을 창업 멤버들이 스스로 해야 합니다.
열린 역할로 매일 문제들을 정의하고 해결하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잘 하고 또 무엇에 취약한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판단했습니다.
스탬프 쿠폰앱 '단고래' 로고
(다음 글에서 이어집니다.)